●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단편집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불완전, 이기주의, 모순되는 감정을 표현했다. 주제를 문장 그대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사례와 이야기, 인물의 말을 통해서 보여준 점이 인상 깊었다. 보게 된 계기는 칠성구멍 댓글에 이 노래가 라쇼몽을 떠올리게 한다는 댓글 때문인데, (정작 읽어 보았을 때는 별로 공통점이 없어 보였지만) '실재할법한 일상적인 상황에 약간의 비일상을 넣어서 기묘함을 표현함'에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정작 보게 된 계기인 라쇼몽과 지옥변은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저였어도 이능력은 라쇼몽이 아니라 지옥변 픽했습니다. -트윗 中)
정말 모든 단편이 「인간... 추해(그러나 결국 나는 인간에 속하기 때문에 그 추함을 경멸하 수 없고, 솔직히 싫지는 않아)」 라는 감상으로 끝난다. (근데 지금 생각해도 지옥변은 「인간... 추해(인간... 추해)」인 듯 -트윗 中, 이건 내 감상이고 작가는 오히려 이런 사상을 좋아하던 게 느껴지기는 한 듯하다.)
기묘한 건 묘한 이야기인데 여운이 남는 건 엄마. 사람들이 무언가를 갚아줄 때(그걸 진짜 업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 '참교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떠오르면서 심숭생숭해졌다.
또 일본의... 1900년대 초중반에서 추한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그 근원을 아는 점에서 기분이 엄청나게 착잡해졌다. 로망 옹호는 아닌데 그 정취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무시를 못한다. 향수는 아니고 아네모이아 같은 걸까.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루루 밀러 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솔직히 재미는 없었지만, 지금 내 상황에 읽기에 가장 걸맞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약간의 긍정적 착각은 하루하루에 분명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또한 우리가 학교에서, 사회에서, 또 작은 사회들에서 배우게 되는 '겸손해야 한다, 너는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은 조금 무시하면서 살아도 된다고 느꼈다. 정말 정말로 지금 내 상태를 위한 글이 아니었나... 최적의 타이밍이 아니었나... SNS든 실제 사람들과의 만남이든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행무상,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변해버린 과거에 미련을 가지거나 앞으로 나타날 모든 부정적인 변화를 두려워하여 변하지 않는 것에 집착하는 순간 그대로 보수적이고 변화가 없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다윈이 변이를 찬양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이건 이 책에서 읽은 것이 아니라 초등학생 즈음에 읽었던 책에 나온 말인데, '진화의 반댓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였다. 보통은 앞글자만 바꿔서 '퇴화'라는 답을 내놓을지도 모르겠는데, 사실은 퇴화도 진화의 일종으로, 진짜 진화의 반댓말은 바로 '변화하지 않음'이다. 필요없는 것은 버리고, 남이 보기에는 안타깝고 부정적인 변화를 받아들인다. 자기 자신의 환경에 적응한다. 가치는, 세상은 언제나 바뀐다.
내가 제일 불안해하는 것은 기존 관계가 무너지고 부서져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인데, 그런 인간관계에 조금 집착을 버릴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어차피 끊어질 연 방탕하게 살자! 이런 건 아니고...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되 떠날 이를 미리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 것. 만남이 영원하지 않듯 이별도 영원하지 않을 테니까.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생각이 굳는 것을 두려워하자.
언니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거나, 아니면 노트북으로 뭔가 하기를 반복한다. 언니를 자꾸 신경쓰는 나자신이 진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만, 한심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언니다. 언니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더라도 언제나 나는 그 배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언니가 열등감을 느끼고, 박탈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것이 언니한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수가 아닌가... 싶다. 네가 무시하고 매몰차게 대하던 동생 취급도 안하는 애가 너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서 꾸준하게 노력해왔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었단 사실이 너무 허무하고 화나고 속상하지만... 언니 때문에 우울해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솔직히 생각해서 내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70% 정도는 언니 때문이 맞는 것 같아 제발 그 정도 나이 처먹었으면 눈치껏 독립해서 내 눈 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왜 내가 피해봐야 하는 건데?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