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건 잘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박사님.」
이 두 사람은 단 둘이서, 엔도네의 개인 침실, 침대의 하얀 시트 위에 앉아 있다. 전례 없을 집중의 순간이다.
「내가 살카즈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은, 음, 물론 로도스에는 꽤 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 내가 어떠한 '특수한 종족'임은 틀림이 없으며 그 사항에 대해선 켈시 또한 극비로 다룰 수준이니 절대 들켜서는 안 돼. 그리고...」
「그러한 외관적 '이상함'에 대해 가장 빠르게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인 첩보원에게, 위장용 부품 정비를 부탁한 것이고요.」
퍼즐이 조금 뾰족하게 튀어나와있는 귀 부품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건 클로저가 만들어준 것으로, 부품 정비를 그렇게 자주 해줄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다. 물론 정기적으로 도색을 통해 빛바램을 방지하는데, 담당인 딥컬러는 맡겼던 귀 부품을 돌려줄 때마다 '참 이상한 의뢰네'라는 감상을 내놓았다. 퍼즐은 아까 전에 들었던 그 말이 생각났다. 자신에게도, 이건 참 이상한 의뢰였다.
「임무 내용을 잘 숙지했네, 피셔 군.」
「코드네임으로 부르는 것 아니었습니까? 사적인 공간이라고 해도 여전히 로도스 함 내부인데요.」
「날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곤란해서 그렇지?」
「그런 의미로 한 말이... 하아. 됐습니다,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니까요.」
「평소대로 불러, 어차피 본명 같은 건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동면 전에도 함께였던 오퍼레이터들은 모르고 있는 건가요?」
「글쎄? 왤까나?」
「핵심적인 정보를 통해 박사님의 기억이 과하게 돌아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라고 봅니다.」
「날카로운 답변이네.」
「...기본입니다.」 자기 얘기는 전혀 하려 들지 않는 엔도네에 의해 반강제로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 '본명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진짜 같은 귀를 들고 솜으로 털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퍼즐은 꿋꿋하게 일을 끝마쳤고, 조심스럽게 엔도네의 귀와 가짜 귀를 모양에 맞게 맞추기 시작했다. 엔도네는 조금 간지러웠다.
「움직이지 마세요.」
「어쩔 수 없는 걸... 상냥하게 해줄래? 네가 지금 퍼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건 정말, 새삼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참 낯간지러운 말이었다. 두 사람 다 그렇게 생각해, 잠깐 적막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렇게 움직이는 퍼즐을 맞춰본 적은 없다. 차라리 큐브면 몰라도... 그래도 퍼즐은 무언가를 '맞추는' 일에는 소질이 있었고, 단 세 개뿐인 조각을 맞추는 일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엔도네가 움직이는 것보다 무척 쑥스러워 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무시하는 것이 퍼즐에겐 더 어려운 일이었다.
「.........」
「.........」
「......꼬리는, 없어서 다행이네.」
「그건 정말 거절할 겁니다. 사양하겠습니다.」
「농담이야! 그렇게 정색할 필요 있어? 이쪽도 나름 버티기 힘든 일이라고.」
「......미안합니다.」
엔도네가 하필 그런 말을 하는 바람에 괜히 꼬리를 맞추는 상상을 하게 됐다. 자신 같은 와이번이나 아다크리스의 큼지막하고 두꺼운 꼬리는 왠지 엔도네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딘가 얇고, 부드럽고, 유연한 부품. 그것을 손에 쥐고 척추를 따라 중심에 맞춰 꼬리뼈에 이식된 모듈에 끼워 넣는다. 아주 잘 만들어진 퍼즐 조각은, 때때로 그곳이야말로 내 자리라며 빈 자리에 쏙 들어가곤 한다. 마치 그런 식의 쾌감을 남길 테지...
아니야. 그런 생각에 도달하자 퍼즐이 정신을 버뜩 차렸다.
「마지막으로 잘 됐는지 확인해 줘. 정면에서.」
「......알겠습니다.」
처음엔 서로 마주보며 시선을 교환했다. 엔도네는 퍼즐을 적당히 훑어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퍼즐은 귀가 이상하진 않나, 각도가 삐뚤진 않나 과거의 사진과 비교하면서 각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그러다 귀에서 얼굴 쪽으로 손이 옮겨갔고, 퍼즐은 오랜만에 엔도네의 새빨간 눈을 볼 수 있었다.
엔도네의 눈은 어딘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신참 오퍼레이터들이나 어린 환자들에게 기피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박사의 참혹함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 또한 그의 눈을 내켜하지는 않았다. 엔도네는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소한 배려로써 눈을 가늘게 뜨고 다니곤 했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해당되지 않는 퍼즐의 입장에선 그 눈은 경이롭게 보였다. 어쩌면... 그런 자신이기에, 자신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퍼즐이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캐내는 이유는 더 커다란 일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였다. 결국 자신의 손을 떠나고 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뇌파에 불가하다. 하지만 엔도네가 숨기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건 캐스터 공작에게 유의미한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기에 '사실은 아무 필요 없다'라는 조금 다른 목적성을 띠고 있었고, 어쩌지도 못하는 잉여 정보가 되어, 퍼즐의 안에서 소유라는 개념을 갖게 만들었다. 가짐으로써 생기는 묘한 만족감.
어느새 퍼즐의 손은 그의 볼에 닿았다.
「피셔.」 이번엔 호칭도 없었다. 와이번의 차가운 체온 때문일지, 아니면 이러한 상황 때문일지 엔도네는 제법 놀란 얼굴이었다.
「듣고 있습니다.」
「...」 그리고 눈을 내리깠다. 엔도네가 그렇게 눈을 또렷이 뜬 적은 많지 않았다. 적어도 퍼즐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싫다면 말씀해주세요.」
「눈은 감고싶은데.」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퍼즐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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