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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萬有愛情/오늘의 일기

2023. 3. 12.

다녀오겠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개인적으로 너의 이름은보다 훨씬 재밌었다고 생각... 아니 딱히 개인적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도 인정할 것 같다...

 

재난 아포칼립스를 정말 좋아하는 나로서는(투모로우, 코어, 스톰 이런 거 정말 좋아함) 소재는 전부 마음에 들었다. 「이런 소재를 어떻게 이런 스토리로 만들어내지」라는 감상에 조금 기대를 하고 들어갔는데 기대 이상의 스토리라 정말 즐거웠다. 소재나 요소가 참신하진 않고, 오히려 전반적으로 지브리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대한 엄청난 오마주로 덕칠이 되어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는 오마주 요소들을 어떻게 또 잘 이어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 거대한 재앙에 마음을 잃은 청년과 그를 구하기 위해 평범한 일상을 버린 소녀, '문'을 통해 과거로 넘어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 서로 이어지게 된 수미상관 구조 - 하울의 움직이는 성
  • 바다가 보이는 마을, 고양이와 함께하는 여행, '루즈의 전언' - 마녀 배달부 키키
  • 거대 촉수(...) 모양의 재앙, 일본의 향토적인 고대 신, 그것이 쓰러지자 자연의 모양으로 탈바꿈되다 -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또 뭐더라... 요리 장면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좋았고(신카이 마코토 미술감각의 정점은 시골의 자연-인공물의 조화와 음식이라고 생각함) 다양한 여성들이 돌아가며 스즈메를 돕고, 스즈메는 다양한 사람의 도움과 선물, 호의에 의하여 나아갈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스즈메는 재난을 막고 백만 명의 사람들을 구했지만 그럴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처음 만난 사람들의 다정함, 상냥함, '다녀와, 다녀오세요'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의 존재가 필수적이었던 것 같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모이면 재난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메세지처럼 들려서 좋았다. 인간은 혼자가 될 수 없다. 스즈메는 엄마를 잃었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이모가 있었고, 친구들이 있고, 소타가 있고, 에히메나 규슈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스즈메와 함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4살의 스즈메에게는 18살의 스즈메가 함께했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성장해 그때의 스즈메에 도달할 수 있었던 스즈메는 비로소 받은 것들을 다시 어린 스즈메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스즈메가 '돌려받은 것'은 그런 엄마와의 추억, 타인의 호의, 즉 작은 노란색 유아용 의자다. 그것은 4살과 18살의 스즈메들이 하나의 시간선에서 만남으로서 비로소 '평생 가질 수 있는' 물건이 된다. 엄마에게 말했던대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기대어 자립할 수 있는 스즈메의 성장서사...정도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형적인 소년성장만화의 플롯을 따라가고 있는데 굳이 로맨스를 넣어야 했을까? 장르가 애매하게 섞여버려서 개연성이 납득가지 않았다. 스즈메 > 소타의 감정선이 잘 이해되지 않았음 굳이 그렇게 표현해야 했을까? 사실 소타가 굳이 도쿄 대학생이어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스즈메 꼬라지를 보면 홈스쿨링 하는 남학생이어도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소타를 구하러 가는 이유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소타 씨가 없는 세상이 무서워'보다는 차라리 '내가 요석을 꺼내버린 탓에 소타 씨가 그렇게 되었으니, 이제는 내가 소타 씨를 구해야 해'가 더 개연성이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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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그림자도, 희망, 갈망, 혹은 절망의 그림자도 드리울 빛이 없었다. 하지만 광막한 선율의 힘 자체가 영혼 속에서 깨어나, 마치 파도가 제 오롯한 육신에게 세례를 하듯 오랜 각명의 나선을 갈기갈기 찢고 뒤흔들었다. ⓒ 밀레니엄 님